<무서운 시간>

윤동주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8월을 맞이하며 윤동주의 시, <무서운 시간>을 소개한다. 이 시는 풍랑 이는 호수 위로 걸어오라 부르신 마태복음 14장을 배경으로 한다. 이 시가 쓰여진 1941년 2월 7일, 그때의 조국은 칠흑 같은 한밤중 같은 시간이었고, 거대한 폭풍 앞에 서 있었다. 

  시를 지배하는 모티브는 부르심이다.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 나를 부르지 마오." 도대체 그 부르심이라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당시 거대한 불의와 악에 대한 저항, 독립운동, 학업, 모두 필요한 것이었다. 그 암울한 상황에서 적국의 땅에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그에겐 부끄러움이었다. 절망의 좁은 공간에 갇혀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식민지 나라 청년의 절망이 꿈틀거리는 '무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결국 부르심을 따라 그 힘든 삶을 끝까지 걸어가다 스물여덟에 생을 마감한다.

  조국 광복 78주년, 광복은 시대를 아파하며 고뇌하고, 저항했던 '시인'들을 통해 주어졌다. 부르심을 따라 걷다가 생체실험 대상이 되어 죽어갔던 시인, 그런 희생으로 이뤄진 광복임을 잊지 말자. 망각하는 이들에게 역사는 반복된다.